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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숨겨진 예술가 찾기

황수현


린다 노클린 저, 이주은 역, 『왜 위대한 여성미술가는 없었는가?』, 아트북스, 2021

1971년, 미술사학자 린다 노클린은 논문 「왜 위대한 여성미술가는 없었는가?」을 발표하였고, 이 논문은 페미니즘 미술사의 신호탄 역할을 하였다. 최근 이 논문의 발표 50주년을 맞아 기념 에디션이 발간되었고, 이 에디션에는 논문의 완역본과 논문 발표로부터 30년이 지난 2006년에 발표한 「왜 위대한 여성미술가는 없었는가? 30년 후」 가 함께 실려있다. 2006년의 논문에는 30년 간 이루어진 변화와 앞으로의 전망을 담고 있는데, 그로부터 또 십수년이 지난 지금, 여성미술가를 조명하는 책이 계속해서 발간되고 있다. 이 글에서는 그 중 일부를 살펴보고자 한다. 


휘트니 채드윅 저, 박다솜 역, 『뮤즈에서 예술가로』, 아트북스, 2019

먼저 2019년에 발간된 휘트니 채드윅의 『뮤즈에서 예술가로』 이다. 저자는 초현실주의 운동에 합류했던 여성 예술가들을 주제로 한 책을 준비하던 중, 아방가르드 운동의 후원자이자 예술가, 작가였던 롤런드 펜로즈를 만나게 되었고 “여성 초현실주의자는 없으며 그들은 우리의 뮤즈였다.”는 그의 말에 의구심을 갖고 더 깊은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다. 

책에서 다루는 여성 초현실주의 예술가들은 ’발랑틴 부에 펜로즈‘, 멕시코를 대표하는 여성 화가 ‘프리다 칼로’, 화가이자 시인 ‘자클린 랑바 브르통’, 프랑스 사진작가 ‘클로드 카엉’, 그리고 미국의 사진작가 ‘리 밀러’ 등이다. 이들은 전쟁이라는 사회적 상황에서 초현실주의를 만나, 초현실주의 서클 안에서 투쟁하고 예술가로서의 행보를 걸어갔다. 그러나 이들은 한 명의 예술가라기 보다는 누군가의 아내, 연인으로 기억되어 왔다. 저자 채드윅은 이들이 속한 사회적, 개인적 상황 속에서 이들의 이야기와 업적을 밝혀냄으로써 이들을 비로소 예술가로서 기록하고 있다. 


이유리, 『캔버스를 찢고 나온 여자들』, 한겨레출판, 2020

2020년 발간된 이유리의 『캔버스를 찢고 나온 여자들』은 보다 넓은 범위에서, 친절한 방식으로 숨겨진 여성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책은 총 4부로 이루어져 있는데, 1부 〈여성, 만들어지다〉 에서는 ‘여자의 적은 여자다’, ‘그루밍 피해자‘와 같이 인위적으로 만들어져 가는 여성성을 보여주는 작품들과 작가를 소개하고, 2부 〈여성, 우리는 소유물이 아니다〉는 여성을 소유물로 여기고, 대상화하던 가부장 사회를 향한 일침을, 3부 〈여성, 안전할 권리가 있다〉에서는 16~18세기 그림 속 여성들이 겪었던 성적 억압과 폭력에 대한 고찰을, 4부 〈여성, 우리는 우리 자신이다〉에서는 시대에 굴하지 않고 당당하게 재능을 뽐낸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각 부와 각 장이 갖는 공통점은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독자가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내용을 시작하고, 그 내용에 적절한 여성 작가의 이야기와 작품이 배치되어 잘 알지 못했던 작가와 작품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미술사 속에서, 그림 속에서 여성이 다루어져 온 방식에 대한 이해와 함께, 현재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은 어떤지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권근영, 『완전한 이름』, 아트북스, 2021

주로 서양미술을 다룬 위의 두 책과 달리 2021년 발간된 권근영의 『완전한 이름』은 5명의 한국 여성미술가를 포함하고 있다. 여성미술가를 조명하는 책에서 공통적으로 포함되는 파울라 모더존베커, 버네사 벨, 유딧 레이스터르,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는 물론 조선에 머무르며 그림으로 기록을 남긴 엘리자베스 키스, 아우슈비츠에서 미술교육을 진행한 프리들 디커브란다이스들과 같이 다소 생소한 이름들도 포함되어있다. 

1부 〈길을 떠나다〉에서는 물리적으로, 또 상황적으로 먼 길을 떠난 여성 작가들을 다루고, 2부 〈거울 앞에서〉는 누군가의 아내, 엄마, 딸, 언니로 살았고 알려진 여성 작가들을, 3부 〈되찾은 이름들〉에서는 여러 가지 사건으로 오명을 얻었거나, 다른 이름에 가려져 있었던 여성 작가들을 다룬다. 이중 박영숙, 노은님, 정직성, 나혜석, 천경자 5인의 한국 여성예술가의 경우, 기자인 저자가 직접 취재한 내용이라 더욱 생생하게 느껴진다.  

프란시스 보르젤로의 『자화상 그리는 여자들』, 브리짓 퀸의 『우리의 이름을 기억하라』 등 여성미술가를 조명하는 대중서는 다양하게 발간되고 있고, 글에서는 극히 일부만을 소개하고 있다. 이 책들은 시대에, 사건에, 다른 이름에 가려진 여성들의 이야기를 전하며 여성 예술가들이 예술가로 설 수 있도록 할 뿐 아니라 독자로 하여금 오늘날 내가, 우리가 갖고 있는 ’여성‘, ’여성 예술가‘에 대한 인식을 재고하게 한다. 여성예술가에 대한 연구가 심화되어 미술사에 여성이 더욱 당당하게 자리잡게 될 날을 기대한다.     

   
황수현 vmflxlzhzh1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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